[미술심리]집 그림 그리기

평소 미술과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아서 원래는 회화(drawing)을 배우려고 했는데
동네 문화센터에 미술치료사 2급 자격증 과정이 있길래 그냥 그림을 그리는 취미보다는
미술 관련 자격증이라도 따면 구체적으로 뭔가 남는 게 있을 것 같아서 시작을 해봤습니다.
(아동미술 교육 관련 자격증인 줄 알았음. 뭐, 그렇다고 아주 다르지는 않음.)

작년 9월에 시작했으니, 따져보면 벌써 5개월정도가 되었는데(6개월 과정 수료임)...
미술인 줄 알고 접수하려고 했는데 내용이 미술보다는 심리상담 쪽이라서 망설였다가
이 분야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단순히 취미로 시작했다가 빠져들었습니다.
아직 자격증 취득은 커녕 수료도 못했지만, 그래도 도서관 사서가 흔하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직장의 동료들이 더 흥미를 가지고 재미삼아 가볍게 미술상담을 받아보려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사실은 처음 시작했을 때, 내 자신을 피실험자(내담자)로 하여 테스트하는 게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다보니 마음 속에 의도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는 기제들이 많아서
내 심리상태를 선생님과 다른 수강생들한테 훤하게 보여주는 게 거북해서
진짜 마음이 그림에 표현되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애쓰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방어적인 사람도 방어적인 사람 나름대로 숨기고 싶은 마음과 그런 태도들이
그림에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임상사례를 봐도, 본인의 의지가 아니게 심리상담을 받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의 그림에도
그런 방어기제가 나타나는 것을 보니 한편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미술이란 건 본인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니만큼,
그림을 잘 못그리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미술상담을 받는 것을 꺼린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보다는 청소년, 청소년보다는 어른들이 이런 태도들이 두드러지는데
상담자가 계속 독려를 하고 여러차례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감이 붙어서 그림을 곧 잘 그리게 됩니다.

정신분석학자인 나움버그는 그림으로 나타나는 무의식의 표현을 치료자가 해석하여 진단하는 것이
미술치료라고 하였지만, 크래머는 미술을 하는 행위 자체가 치료의 방법이라고 하였습니다.
(후에 울만에 의해 두 이론은 절충이 됨)
보통 미술치료라고 하면 나움버그의 이론에 입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술상담을 일정기간 진행하면서
내담자의 그림이 점점 더 잘 표현되는 것을 보면 크래머의 이론도 상당히 맞다고 생각됩니다.

미술심리를 하면서 든 생각은, '그림에 나타나는 요소들이 상징성을 갖는다면, 그것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부분은 그림에 나타나지 않게 하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방어기제가 심한 사람일 수록 그림 속에 숨기는 것들이 많은데, 사실 그러한 방어기제들을 통해 나타나는
'안그리는 것', '숨기는 것'이 그 자체로써 무의식을 표현하고는 합니다.
또한 사람마다 고유한 성향이 있어, 대부분은 모범답안을 들은 후에도 자신의 답을 바로 버리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술치료는 그림에 나타난 상징성을 혈액형점이나 별점을 보듯이 그 자체를 분석하는 것이기보다는
내담자가 그린 그림을 상담자가 봤을 때 느껴지는 '느낌'과, 상담을 통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심리상담이 이루어집니다.
'느낌'을 알기 위해 미술치료는 상담자가 미학에 관심이 있으면 더 상승효과가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상담자 자신도 그림을 많이 그려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위의 그림은 제가 익숙하지 않은 타블렛으로 그린 집 그림입니다. 집 그림은 네 번째로 그려보네요.
심리학자가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저 역시 버리지 못하는 패턴들이 그림에 나타나고는 합니다.
산을 배경으로 하고, 가까이에 호수가 있고, 맑은 날씨인데 함박눈이 내리는 집의 풍경... 어떤가요?

무의식적으로 그려놓고 보면, 그림 자체에 언밸런스한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보입니다.
배경은 겨울인데, 창가에 놓여져 있는 꽃이 핀 화분이라던가, 해가 쨍쨍한데도 펑펑 내리는 눈이라던가...
집 옆에 세로로 길쭉하게 있는 것은 처마 빗물배수관입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집을 향해 나 있는 발자국이, 방금 집에 사람이 들어갔다는 것을 표현합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린 부분들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그린 부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길가의 가로수는, 그림을 다 그리고도 뭔가 허전해서 추가로 그린 것입니다.

집 자체는 벽돌집이든 나무집이든 크게 상관있는 요소는 아니며,
굴뚝과 창문도 그냥 집에 있을 수 있는 양식일 뿐인데, 다만 창문의 위치가 실제 집의 창문 위치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을 때, 그리고 문에 손잡이가 없을 때 등등의 '비정상적인 요소'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술치료를 시작할 때 보통 집과 나무, 사람 그리기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주변에 있는 흔한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에 나타나는 자잘한 소재 자체가 나타내는 것도 무의식의 한 표현일 수 있으나
미술상담에서 보는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평범한 집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사실 배경이 눈이 오든 해가 쨍쨍하든 그건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이 요소는 대체로 내담자의 방어기제임)

굴뚝이 있는 경우, 연기가 없을 수도 있고 연기가 피어오를 수도 있는데
연기가 없을 경우는 굴뚝은 그냥 집의 일부분이지만, 연기가 있을 때에는 '그 연기를 표현하기 위해 그린' 요소입니다.
(굴뚝이 없는데 집에서 연기가 나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상담할 요소가 되겠네요. 생각해보니 흥미가 생기는데요.)
연기의 크기가 큰지, 색은 많이 어두운지, 연기가 위로 올라가는지, 옆으로 흐르는지 등을 체크하게 되는데
물론 여기서도 정답은 없습니다. 연기가 짙으면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연기가 많이 검네요. 연기를 이렇게 까맣게 그린
이유가 있나요?'라고 직설적으로 묻습니다. 방어하는 사람은 대답을 얼버무리고, 마음을 연 사람은 그에 대한 이유를
말해줍니다. 상담자와 내담자는 진행을 하면서 신뢰를 쌓아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마음 속의 이야기를 점차 많이 내놓습니다. 정답은 그림 자체보다는 그러한 대화에서 나옵니다.
심리학자가 점쟁이는 아니니까요.(하지만 오히려 많은 내담자들이 상담자를 점쟁이처럼 생각해서 더 마음을 엽니다.)

저는 그림을 통해 조용하지만 쓸쓸하지는 않은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집 하나만 평원에 덩그라니 그리지 않고, 한 곳에 '도로(길)'를 그린 것이고요.
제 그림이 어떤 심리를 나타내는지는 제 스스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만, 무의식적인 부분을 스스로 집어내기는
쉽지 않네요.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조언을 해주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미술심리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해볼 생각입니다.
흥미 있는 분들은 심리학자가 아니시더라도 재미삼아 참여해주세요.

by 리언바크 | 2012/01/26 00:05 | 체셔캣 하우스 | 트랙백

인연이라는 거 참... 그렇네요

제가 겪은 두 가지의 사례가 있습니다.(제 이야기는 아님)


같은 대학에 다니는 A라는 남자와 B라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보통 학교에서 '그냥 친구'라고 하는 이성친구의 경우, 학교 밖에서 둘이서만 따로 만나는 일은 별로 없는데
A와 B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을 때에도 둘만 함께 만나기도 하고, 같이 영화를 보거나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갈 때 깥이 가거나 할 정도로 굉장히 친한 사이였습니다.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거리를 두고 재보는 것도 같아보이고, 아닌 것도 같아보였는데
아무튼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어떤 레벨에서건 서로 '좋아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B의 친구들이 B에게 'A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으면 분명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고
A의 친구들이 A에게 물어도 똑같은 반응인 걸 보면 둘이 서로 좋아는 하는데 뭔가 사소한 계기만 있어도
예쁜 커플 하나 탄생하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다 알고, 본인도 마음이 있고, 아직 서로에게 고백만 안한 상태로 그냥 막역하게 친하기만 한 사이...
그런데 어느날 B의 친구들이 원래 고백은 남자 쪽에서 먼저 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A를 좀 부추겼나봅니다.
여느 때처럼 둘이 만나서 놀던 중 A가 B에게 '다른 사람 마음에 두고 있지 않으면 내가 너 좋아해도 될까?'라는 식으로
(정확하게 그 말은 아니었지만 그런 뉘앙스였다고 함) 고백을 했다고 합니다.

분명히 B도 A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그 고백을 계기로 그냥 친구에서 사귀는 사이로 발전을 하게 될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후로 두 사람 사이가 서먹해지기 시작하더니 두 사람끼리 따로 만나는 일도 거의 없다시피 하게 되고
이어지기는 커녕 그냥 그렇게 끝나버렸습니다.
A의 고백에 B는 응답을 바로 하지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끌다가, 또 A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보니 대답을 재촉하지 못하고
그날 이후로는 두사람끼리 있으면 엄청 불편한 분위기가 감돌아 따로 만날 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같은 대학의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C라는 남자와 D라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C는 복학생이지만 D가 학교를 2년 늦게 들어와서 학번은 다르지만 동갑내기였습니다.
활달한 D와는 달리 C는 좀 어수룩하고 주변 사람들과 그다지 잘 어울리는 타입은 아니었고
두 사람도 마주치면 짧게 인사나 하는 정도의 사이이고 동아리 내 활동을 같이 했던 것도 아니어서
두 사람 간에 무슨 썸씽이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D는 인기가 참 좋아서 D에게 대시한 남자 선후배들도 꽤 많았는데, 본인이 연애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
인기하고는 상관없이 딱히 사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단순히 만나는 사람 정도는 몇 있었음)

그런데 어느날 C와 D가 사귄다는 얘기가 돌더군요. '에이,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에 얘기를 듣고서는 '와, 감쪽같네. 아무도 모르게 둘이 사귀고 있었던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또 아니었습니다.

여름방학 때, C가 동기 및 동생들과 간단하게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C와 함께 소속된 동아리 외의 다른 동아리에서의 활동을 하고서 뒷풀이를 하느라 귀가가 늦은 D가 버스정류장에
있었다고 합니다.
쭈볏쭈볏하게 간단하게 인사나 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원래 버스 배차간격이 긴데 좀 전에 한대가 떠난 모양이었습니다.

지방 대학이고 당시 캠퍼스 주변에 아무 것도 없던 때인데다가 학교마저 방학중인 때라서 분위기가 참 어색했을 겁니다.
그런데 낮에 한차례 소나기가 내렸던 참이라 민소매티를 입은 D가 싸늘한 기운 탓에 팔짱을 끼고 몸을 움츠렸다고 하네요.
그걸 보고 괜히 그냥 있기도 미안하고 해서 C가 벗어서 가방에 묶어놓았던 얇은 재킷을 D에게 입혀줬는데...

딱히 무슨 상황이 벌어졌던 것도 아닌데 그 분위기에 자기들도 모르게 키스를 했다고 하네요.
보통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덥치면 상대방은 놀라서 뿌리치거나 화내거나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그냥...


A, B 커플은 제가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던 사람들 이야기라서 이런 이야기 있다 정도로만 들었던 거고
두번째 경우 D는 제가 한동안 짝사랑하면서 쫓아다니던 누나라서 그 얘기 듣고 당시 얼마나 멍했었는지... ㅎㅎ

인연이라는 건 기다리고 준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닥쳐오고 엄습하는 것 같습니다.
만들어간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안만들려고 애쓴다고 안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 게 정답이겠죠.

외롭다고 사람 만나보려 애쓰고 노력해봤자 안되는 건 안되고,
인연이 없는 것 같아 세상 달관한 것처럼 더 이상 누구한테 감정 가지지 않고 둔감하게 살아보려고 해도
그럴 때 나타날 수도 있는 게 또 이 고약한 인연이라는 겁니다.

물론 만난다고 다 인연인 것도 아니고, 인생의 끝에서야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이었는지 그 인연이 진짜 인연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되겠지만, 가지려고 애써도 그런 때가 아니면 가질 수가 없는 것이고
너무 싫어서 막으려고 애써도 이미 와버리면 그것 또한 끊어버릴 수 없는 것이 참 잔혹한 인연이라는 겁니다.

by 리언바크 | 2011/12/10 22:30 | 아모르 미솔로지 | 트랙백 | 덧글(14)

마법사가 되는 법

줄카라님의 이글루에서 트랙백 : 마법소녀와 마법소년의 조건

 

* 2ch에서는 30살이 될때까지 동정을 지킨 남자는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음.
  (항간에는 25세라는 말도 있음)

 

* 공격계 마법

○마호칸타 : 자신에게 한 "기분나빠" 등의 폭언을 그대로 상대에게 되돌림

○얼어붙는 파동 : 재미없는 개그로 주위를 썰렁하게 함

○콘퓨:의미불명의 발언으로 주위를 혼란시킴

○메칸데 : 자폭네타로 주변 사람들을 휘말리게 한다

○사이레스:공기를 읽지 못하는 발언으로 주변을 조용하게 만든다

○냄새나는 입김:주위의 인간을 차례차례로 불쾌하게 만든다

○마누사: 스스로에게 환영을 보이게 하여 현실에 대한 명중률을 낮춘다

○그라비테 : 무거운 분위기의 오오라로 주변의 인간을 피곤하게 하여 체력을 깎는다

○라스필:주변의 인간을 정신적으로 피곤하게 하여 정신력을 깎는다

○바이킬트:주위의 인간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파워가 증가한다

 

* 방어계 마법

○트라마나:크리스마스등에 커플뿐인 마을을 혼자서 걸어도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

○토헤로스: 자신 주변에 사람이 가까이 오지 않게 된다

○텔레포 : 회식등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탈출한다

○스카라 : 주변의 시선이나 괴롭힘에 대한 인내력이 올라간다

○후바하 : 연애지상주의의 폭풍에서 몸을 지킨다

 

* 그 외

○레무올 : 주위에서 주목받지 못한다. 마치 공기와 같이 아무도 없는 것 처럼 인식된다.

○루라 : 일하기 싫어지면 집으로 돌아와 쳐박힌다.

○라리호 : 한 낮부터 자빠져 잘 수 있다

○라나루타 : 자기 혼자만 밤과 낮이 역전된다

○메가잘 : 미팅 등에 나가면 주변의 남자의 평가가 올라간다

○바지루라 : 알바하는 곳, 직장등에서 자기 이외의 사람들이 차례로 그만둔다

○드라고람 : 인터넷 상에서 최강의 용이 될 수 있다

(마법사 LV.9)

by 리언바크 | 2011/10/29 00:50 | 트랙백 | 덧글(12)

이별 후의 예의

한 남자와 여자친구와 짧은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게 되었다.
사귄 기간이 짧아서인가, 나름 쿨하게 연애관계를 정리하고 그냥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남자에게는 그다지 감정이 좋지 않았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다른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안좋은 평을 했다.
아마도 자격지심이나 선입견 같은 게 있었던 건 아닐까...

아무튼 관계가 정리된 옛날 여자친구와 연락을 하다가 그 여자친구가 이번에 새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새 남자친구가 자기가 싫어하던 바로 그 친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남자는 그냥 친구로 잘 지내기로 했던 옛 여자친구에게 사사건건 새 남자친구와의 연애에 대해
간섭을 하기 시작했고, 말다툼을 하게 되다가 결국 사이가 좋지 않게 틀어져 버렸다.
그 후로도 남자는 친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그 옛 여자친구 이야기를 종종 하면서 그 여자가 새로 사귄
새 남자친구에 대한 험담과, 자기의 말은 듣지도 않는 그 여자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고는 했다.

그래서 한번은 그 남자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이미 헤어져서 이제는 남남인데, 그 사람이 누구랑 사귀건 네가 무슨 상관이라고 그렇게 열을 내냐?"
그랬더니 남자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대꾸를 한다.
"너라면, 네가 사랑했던 사람이 뻔히 불행해지려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겠냐?"

감정은 쉽게 정리되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쿨하게 놔준다는 것은 거의 득도의 경지라고 할 수 있고
만일 정말로 쉽게 그럴 수 있다면 사귀는 동안 진심으로 사랑했던 게 아닐 지도 모른다.

정말 사랑했는지는 헤어진 후에야 알 수 있다.
사랑한다고 말을 할 수 있을 때에는 모든 것이 중독된 것처럼 그냥 맡겨만 놓아도 좋고 행복할 뿐이다.
하지만 정말로 사랑했던 마음은, 이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을 때에서야 비로소 확인을 할 수 있다.
이별 후에 느끼는 애틋함이야말로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마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는 무엇보다 존중이다.
특히 연인이었다가 헤어진 후에는 언제보다도 타인으로서의 예의가 필요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바른 선택을 하도록 충고나 조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 후에 그 옛 연인에게 마치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간섭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연인이었을 때에는 상대방이 만나는 사람들 중 둘 사이에 해악이 되는 사람에 대해 간섭할 수는 있지만
이별 후에도 '사랑했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연애나 생활에 관해 주관적인 평가를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려 드는 것은, 헤어진 상대방을 마치 싫증나서 방치한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싫증나서 방치했어도 '내 것'이니까, 다른 사람이, 특히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가지려고 하면 기를 쓰고
제지하려고 하는 것처럼 사랑의 대상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어째서 이별하여 이별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건, 헤어진 후에는 친구보다는 차라리 제3자가 되는 것이 좋다.
사람은 누구라도 과거의 감정이 다시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 감정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생긴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만
상대방에 대한 애틋함이나 걱정의 크기는 어느 쪽이 얼마나 더 사랑하는지보다는 훨씬 더 명확하게 차이가 난다.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사랑했던 사람'의 중요한 선택을 그런 이유로 간섭하고 그 사람의 앞으로의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태도처럼 개념 없으면서 예의없는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떠난 것은 아쉽기 마련이고, 후회가 남고, 더 잘할 수 있었다는 미련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 수록 이미 끝나버린 것을 붙잡으려 하여 상처를 입고 좋지 못한 흉터로 남기기보다는,
새롭게 생길 인연에게 그 못해준 것들을 더 잘해주려 생각하고 늘 설레임으로 기대하는 것이 낫다.

그것이 이별 후의 예의고, 언젠가 새롭게 시작하게 될 사랑에 대한 준비이다.

by 리언바크 | 2011/04/16 13:41 | 아모르 미솔로지 | 트랙백 | 덧글(6)

만능 수납 가구

자취하는 남자의 필수품

by 리언바크 | 2011/02/08 01:24 | 노때잡동산 | 트랙백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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