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심리]나무 그림 그리기

미술심리를 시작하면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착각 하나가
그려진 결과물로 그린 사람의 심리를 해석,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술심리 상담 실습을 배우는 초반에는 연습삼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려보게 해보고 그것을 가지고 배운 내용을 접목하여 해석하거나
그 그림을 그대로 들고 와서 실습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림에는 그림을 그린 사람의 무의식이 투영이 됩니다.
그래서 나움버그는 그림에 나타나는 상징성 자체로 내담자의 심리를 해석하는 '치료에서의 미술'을 중시하였습니다.
반면 '치료로서의 미술'을 중시하는 크레이머의 이론에 따르면 심리를 분석하는 요소는 미술의 결과물이 아닌
미술의 행위에서 나타나는 내담자의 태도나 행동, 심리기제 등이 해석의 주요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이것은 후에 울만에 의해 어느 하나도 그 자체가 100%가 되는 것이 아닌, 미술행위와 결과물 모두가
같은 중요성을 가진 요소라는 것으로 통합되게 됩니다.

그림의 결과물만을 가지고 심리상담을 한다면 '치료에서의 미술'을 중시하는 입장이 되겠지만
사실 미술의 결과물에 나타나는 요소에는 그대로 보여지는 것 외에도 방어기제와 욕망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과 관찰의 과정이 없이 그림만으로 심리해석을 하는 것은 접근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에 나타나는 소재는 상담자의 현재 상태를 나타낼 수도 있는 것이지만, 원하지만 할 수 없는 욕구사항이나
오히려 원하지 않는데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요인, 무의식적인 조작 등등으로 발현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상담자가 내담자에 대한 라포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약한 상담 초기라면 더더욱 그림에 나타나는 소재가
현실성보다는 그 외 요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심리 상담을 할 때에는 그냥 도화지만 던져주고 그림만 그려서 주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나타나는 내담자의 행동을 관찰하여 기록하고
그림을 다 그린 후에도 그 그림을 가지고서 내담자와 상담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술치료라고 해도 결국은 심리상담치료의 한 방법이기 때문에 그림 그린 것을 일회적으로 보고 그것으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상담과 내적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1급 과정에서는 일종의 보고서인 '상담일지'를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것을 실습하여 제출하는 것이
수업의 방법이더군요. 2급 과정이 나움버그적인 접근이었다면, 1급과정은 그것을 바탕으로 한 크레이머적인 접근입니다.


하지만 사례 분석에서 '치료로서의 미술'을 당장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심리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통제된 언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사전적인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니만큼
사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무튼 '치료에서의 미술'에 나타나는 '그림 결과물'이 될 수밖에 없겠죠.

이번에 그린 것은 개인 심리상담에서 주로 사용하는 투사적 진단법(House, Tree, Person) 중 하나인 나무 그림
그리기입니다. 그림이 취미이긴 해도 항상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하는 게 아니다보니 여전히 타블렛은 손에 익지 않네요.

지난번에 그렸던 집 그림이 현재의 상태를 나타낸다고 했을 때, 나무 그림은 상담자의 지난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 및
미래에 대한 내면적 입장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술의 결과물에서 판단했을 때 우선적으로 볼 부분은 이상요소입니다.
집, 나무, 사람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투사적 진단법으로 HTP 검사를 시행하는 것인데
그림에 보편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요소가 나타나거나 주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일 때 그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상담에서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담자의 상담자에 대한 라포 형성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나무'를 그리라고 하면 제가 그린 것 같은 쌍떡잎류 현화식물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내담자가 덩굴이나 대나무, 양치식물 등을 그려서 보여주면 둘 중 한가지입니다.
내담자의 주변에 흔한 식물이 정말로 그런 나무들이거나, 상담에 대한 방어기제가 심하거나.
라포 형성이 잘 되었다고 해도 상담요소의 민감성에 따라 방어기제가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일반적인 나무를 그린다고 해도 도화지의 크기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작거나, 나뭇잎 등 중요 요소가 탈락됐거나
하는 부분도 이상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나무에 왜 나뭇잎이 없는지 물었을 때 내담자는 '가을이라 다 떨어졌어요'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고 해도 보편적인 '나무 그림'에서 벗어났을 때에는 그렇게 그린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 결과물 자체 뿐만 아니라 상담과정의 관찰과 대화도 중요한 것입니다.
(아무리 유능한 심리학자도 그림 자체만 가지고는 이상요소의 이유를 완전하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치료에서의 미술에서 심리학자가 판단하는 해석기준은 내담자의 개인성이 아닌 사례들에서 나오는 보편성일 뿐입니다.)

나무그림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뿌리, 줄기, 잎, 열매.
뿌리는 과거와 바탕이 되는 부분으로 상담자의 심리적 기반을 나타냅니다.
상담이 되는 주제에 따라 가정이 될 수도 있고, 학교나 군대, 혹은 회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가정, 부모, 가족, 집이 됩니다. 인생의 심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이 유아기의 가정환경이니까요.)
자신의 배경적 부분에 불만이 많거나 감추고 싶은 사람은 그림에 뿌리부분이 나타나지 않거나(땅에서 바로 줄기부터 그려짐)
반대로 뿌리를 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줄기는 상담자의 성장과정을 나타냅니다. 색깔은 일반적으로 갈색이나 노란색, 붉은 색을 사용하며
검은 색 외곽선에 색을 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색을 칠하지 않는 경우는 외곽선의 색이 그 색이라고 간주함)
물론 도구에 따라 색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어떻게 그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게 좋습니다.
줄기 부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잘려진 가지, 나무에 난 상처, 옹이와 같은 큰 흉터입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나무에는 그러한 부분들이 나타나지 않지만 옹이 같은 것이 눈에 띄게 그려진 경우
줄기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위치와 방향에 따라 성장기에 있었던 커다란 상처(트라우마)와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걸림돌의
시기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개인에 따라 옹이는 나타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개인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그림에 옹이가 있어도 상담시에 그것을
본인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물론 대수롭지 않은 요소는 아니지만, 치료를 할 것인지는 상담자 본인의
선택입니다. 나무가 옹이에 도끼자국 투성이어도 상담자가 상담에 방어적 태도를 나타낸다면 처음부터 그것을 짚어서
치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상담자와 내담자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라포 형성입니다.)
또한 심리치료를 한다고 해도 과거의 상처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후반기의 추가적인 심리상담에서
옹이는 더 뚜렷하고 명확하게 나타나 있을 수도 있습니다.(본인 스스로 그것을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

그 다음은 줄기에서 잎으로 나가는 가지가 어떤 모양인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를 보게 됩니다.
보통은 상단에 위치하며, 뿌리에 가까운 아래쪽에 뚜렷한 가지가 있는 경우 가정이나 환경에서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음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잎은 얼마나 풍성한지, 나무의 모양에 비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어떠한지에 따라 상담자의 일과 성과에 대한 입장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나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잎과 열매가 많은 경우는 공부나 직무에 의한 스트레스가 심하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경우는 무기력함, 포기하고 싶음, 우울함을 나타내는 경우로 주의를 요합니다.

열매는 대체로 일의 성과를 나타내며, 열매가 많이 그려진 경우는 상담자 스스로 결과에 대한 기대가 많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역시 나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풍성한 열매는 강박적인 스트레스로 볼 수 있습니다.
열매의 종류는 대개 사과를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흔한 과일이며 멀리서도 볼 수 있을 정도의 큰 과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체리나 도토리, 밤 같은 작은 열매가 그려진 경우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적은 편이며
코코넛, 야자처럼 커다란 열매가 그려진 경우는 하고 있는 일에 비해 결과에 대한 욕심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사과 그리는 것이 식상한 사람들은 그냥 의식적으로 레몬, 오렌지, 배를 그리기도 합니다.
대체로 오렌지나 배처럼 이상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열매를 그리는 사람들은 그림에 소양이 있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특징도 있습니다.
('나무, 식물'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경우는 현화식물에 포도나 수박, 참외같은 열매를 그리기도 합니다.
의외로 포도가 덩굴식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나무 외에 그려진 요소, 특히 동물은 회귀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무 줄기에 구멍을 파고 동물이 있는 경우는
현재에 대한 불만이 극심하고, 그 구멍이 위치하고 있는 시기로 되돌려서 현재의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은 욕구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무에 새가 둥지를 틀었거나 나무로부터 새가 날아가는 모습은 현재의 상황 자체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자유로의
욕망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함께 그려진 동물이 다람쥐인 경우 유아기나 성장기로의 회귀를 나타내고,
고양이나 뱀인 경우 상담자를 힘들게 하는 인물적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는 일반적으로 나무를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동물로서 자유에 대한 욕망을 나타내고는 합니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포기하고 싶은 무기력한 상황을 나타내지만
새가 있는 경우는 스스로 다른 환경을 선택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석대로 말씀드리자면 일단 저도 제 일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직장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미술에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의식이 상징성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 의식하고 있는 문제점이나, 내담자에게 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요소,
상담을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요소가 그림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만일 상담자가 그러한 부분을 잘 짚어낸다면 내담자는 내적 만족감을 얻을 것이고,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by 리언바크 | 2012/03/10 23:50 | 체셔캣 하우스 | 트랙백 | 덧글(4)

[미술심리]집 그림 그리기

평소 미술과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아서 원래는 회화(drawing)을 배우려고 했는데
동네 문화센터에 미술치료사 2급 자격증 과정이 있길래 그냥 그림을 그리는 취미보다는
미술 관련 자격증이라도 따면 구체적으로 뭔가 남는 게 있을 것 같아서 시작을 해봤습니다.
(아동미술 교육 관련 자격증인 줄 알았음. 뭐, 그렇다고 아주 다르지는 않음.)

작년 9월에 시작했으니, 따져보면 벌써 5개월정도가 되었는데(6개월 과정 수료임)...
미술인 줄 알고 접수하려고 했는데 내용이 미술보다는 심리상담 쪽이라서 망설였다가
이 분야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단순히 취미로 시작했다가 빠져들었습니다.
아직 자격증 취득은 커녕 수료도 못했지만, 그래도 도서관 사서가 흔하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직장의 동료들이 더 흥미를 가지고 재미삼아 가볍게 미술상담을 받아보려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사실은 처음 시작했을 때, 내 자신을 피실험자(내담자)로 하여 테스트하는 게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다보니 마음 속에 의도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는 기제들이 많아서
내 심리상태를 선생님과 다른 수강생들한테 훤하게 보여주는 게 거북해서
진짜 마음이 그림에 표현되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애쓰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방어적인 사람도 방어적인 사람 나름대로 숨기고 싶은 마음과 그런 태도들이
그림에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임상사례를 봐도, 본인의 의지가 아니게 심리상담을 받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의 그림에도
그런 방어기제가 나타나는 것을 보니 한편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미술이란 건 본인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니만큼,
그림을 잘 못그리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미술상담을 받는 것을 꺼린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보다는 청소년, 청소년보다는 어른들이 이런 태도들이 두드러지는데
상담자가 계속 독려를 하고 여러차례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감이 붙어서 그림을 곧 잘 그리게 됩니다.

정신분석학자인 나움버그는 그림으로 나타나는 무의식의 표현을 치료자가 해석하여 진단하는 것이
미술치료라고 하였지만, 크래머는 미술을 하는 행위 자체가 치료의 방법이라고 하였습니다.
(후에 울만에 의해 두 이론은 절충이 됨)
보통 미술치료라고 하면 나움버그의 이론에 입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술상담을 일정기간 진행하면서
내담자의 그림이 점점 더 잘 표현되는 것을 보면 크래머의 이론도 상당히 맞다고 생각됩니다.

미술심리를 하면서 든 생각은, '그림에 나타나는 요소들이 상징성을 갖는다면, 그것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부분은 그림에 나타나지 않게 하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방어기제가 심한 사람일 수록 그림 속에 숨기는 것들이 많은데, 사실 그러한 방어기제들을 통해 나타나는
'안그리는 것', '숨기는 것'이 그 자체로써 무의식을 표현하고는 합니다.
또한 사람마다 고유한 성향이 있어, 대부분은 모범답안을 들은 후에도 자신의 답을 바로 버리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술치료는 그림에 나타난 상징성을 혈액형점이나 별점을 보듯이 그 자체를 분석하는 것이기보다는
내담자가 그린 그림을 상담자가 봤을 때 느껴지는 '느낌'과, 상담을 통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심리상담이 이루어집니다.
'느낌'을 알기 위해 미술치료는 상담자가 미학에 관심이 있으면 더 상승효과가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상담자 자신도 그림을 많이 그려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위의 그림은 제가 익숙하지 않은 타블렛으로 그린 집 그림입니다. 집 그림은 네 번째로 그려보네요.
심리학자가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저 역시 버리지 못하는 패턴들이 그림에 나타나고는 합니다.
산을 배경으로 하고, 가까이에 호수가 있고, 맑은 날씨인데 함박눈이 내리는 집의 풍경... 어떤가요?

무의식적으로 그려놓고 보면, 그림 자체에 언밸런스한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보입니다.
배경은 겨울인데, 창가에 놓여져 있는 꽃이 핀 화분이라던가, 해가 쨍쨍한데도 펑펑 내리는 눈이라던가...
집 옆에 세로로 길쭉하게 있는 것은 처마 빗물배수관입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집을 향해 나 있는 발자국이, 방금 집에 사람이 들어갔다는 것을 표현합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린 부분들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그린 부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길가의 가로수는, 그림을 다 그리고도 뭔가 허전해서 추가로 그린 것입니다.

집 자체는 벽돌집이든 나무집이든 크게 상관있는 요소는 아니며,
굴뚝과 창문도 그냥 집에 있을 수 있는 양식일 뿐인데, 다만 창문의 위치가 실제 집의 창문 위치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을 때, 그리고 문에 손잡이가 없을 때 등등의 '비정상적인 요소'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술치료를 시작할 때 보통 집과 나무, 사람 그리기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주변에 있는 흔한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에 나타나는 자잘한 소재 자체가 나타내는 것도 무의식의 한 표현일 수 있으나
미술상담에서 보는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평범한 집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사실 배경이 눈이 오든 해가 쨍쨍하든 그건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이 요소는 대체로 내담자의 방어기제임)

굴뚝이 있는 경우, 연기가 없을 수도 있고 연기가 피어오를 수도 있는데
연기가 없을 경우는 굴뚝은 그냥 집의 일부분이지만, 연기가 있을 때에는 '그 연기를 표현하기 위해 그린' 요소입니다.
(굴뚝이 없는데 집에서 연기가 나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상담할 요소가 되겠네요. 생각해보니 흥미가 생기는데요.)
연기의 크기가 큰지, 색은 많이 어두운지, 연기가 위로 올라가는지, 옆으로 흐르는지 등을 체크하게 되는데
물론 여기서도 정답은 없습니다. 연기가 짙으면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연기가 많이 검네요. 연기를 이렇게 까맣게 그린
이유가 있나요?'라고 직설적으로 묻습니다. 방어하는 사람은 대답을 얼버무리고, 마음을 연 사람은 그에 대한 이유를
말해줍니다. 상담자와 내담자는 진행을 하면서 신뢰를 쌓아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마음 속의 이야기를 점차 많이 내놓습니다. 정답은 그림 자체보다는 그러한 대화에서 나옵니다.
심리학자가 점쟁이는 아니니까요.(하지만 오히려 많은 내담자들이 상담자를 점쟁이처럼 생각해서 더 마음을 엽니다.)

저는 그림을 통해 조용하지만 쓸쓸하지는 않은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집 하나만 평원에 덩그라니 그리지 않고, 한 곳에 '도로(길)'를 그린 것이고요.
제 그림이 어떤 심리를 나타내는지는 제 스스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만, 무의식적인 부분을 스스로 집어내기는
쉽지 않네요.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조언을 해주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미술심리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해볼 생각입니다.
흥미 있는 분들은 심리학자가 아니시더라도 재미삼아 참여해주세요.

by 리언바크 | 2012/01/26 00:05 | 체셔캣 하우스 | 트랙백 | 덧글(5)

인연이라는 거 참... 그렇네요

제가 겪은 두 가지의 사례가 있습니다.(제 이야기는 아님)


같은 대학에 다니는 A라는 남자와 B라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보통 학교에서 '그냥 친구'라고 하는 이성친구의 경우, 학교 밖에서 둘이서만 따로 만나는 일은 별로 없는데
A와 B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을 때에도 둘만 함께 만나기도 하고, 같이 영화를 보거나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갈 때 깥이 가거나 할 정도로 굉장히 친한 사이였습니다.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거리를 두고 재보는 것도 같아보이고, 아닌 것도 같아보였는데
아무튼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어떤 레벨에서건 서로 '좋아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B의 친구들이 B에게 'A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으면 분명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고
A의 친구들이 A에게 물어도 똑같은 반응인 걸 보면 둘이 서로 좋아는 하는데 뭔가 사소한 계기만 있어도
예쁜 커플 하나 탄생하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다 알고, 본인도 마음이 있고, 아직 서로에게 고백만 안한 상태로 그냥 막역하게 친하기만 한 사이...
그런데 어느날 B의 친구들이 원래 고백은 남자 쪽에서 먼저 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A를 좀 부추겼나봅니다.
여느 때처럼 둘이 만나서 놀던 중 A가 B에게 '다른 사람 마음에 두고 있지 않으면 내가 너 좋아해도 될까?'라는 식으로
(정확하게 그 말은 아니었지만 그런 뉘앙스였다고 함) 고백을 했다고 합니다.

분명히 B도 A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그 고백을 계기로 그냥 친구에서 사귀는 사이로 발전을 하게 될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후로 두 사람 사이가 서먹해지기 시작하더니 두 사람끼리 따로 만나는 일도 거의 없다시피 하게 되고
이어지기는 커녕 그냥 그렇게 끝나버렸습니다.
A의 고백에 B는 응답을 바로 하지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끌다가, 또 A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보니 대답을 재촉하지 못하고
그날 이후로는 두사람끼리 있으면 엄청 불편한 분위기가 감돌아 따로 만날 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같은 대학의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C라는 남자와 D라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C는 복학생이지만 D가 학교를 2년 늦게 들어와서 학번은 다르지만 동갑내기였습니다.
활달한 D와는 달리 C는 좀 어수룩하고 주변 사람들과 그다지 잘 어울리는 타입은 아니었고
두 사람도 마주치면 짧게 인사나 하는 정도의 사이이고 동아리 내 활동을 같이 했던 것도 아니어서
두 사람 간에 무슨 썸씽이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D는 인기가 참 좋아서 D에게 대시한 남자 선후배들도 꽤 많았는데, 본인이 연애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
인기하고는 상관없이 딱히 사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단순히 만나는 사람 정도는 몇 있었음)

그런데 어느날 C와 D가 사귄다는 얘기가 돌더군요. '에이,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에 얘기를 듣고서는 '와, 감쪽같네. 아무도 모르게 둘이 사귀고 있었던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또 아니었습니다.

여름방학 때, C가 동기 및 동생들과 간단하게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C와 함께 소속된 동아리 외의 다른 동아리에서의 활동을 하고서 뒷풀이를 하느라 귀가가 늦은 D가 버스정류장에
있었다고 합니다.
쭈볏쭈볏하게 간단하게 인사나 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원래 버스 배차간격이 긴데 좀 전에 한대가 떠난 모양이었습니다.

지방 대학이고 당시 캠퍼스 주변에 아무 것도 없던 때인데다가 학교마저 방학중인 때라서 분위기가 참 어색했을 겁니다.
그런데 낮에 한차례 소나기가 내렸던 참이라 민소매티를 입은 D가 싸늘한 기운 탓에 팔짱을 끼고 몸을 움츠렸다고 하네요.
그걸 보고 괜히 그냥 있기도 미안하고 해서 C가 벗어서 가방에 묶어놓았던 얇은 재킷을 D에게 입혀줬는데...

딱히 무슨 상황이 벌어졌던 것도 아닌데 그 분위기에 자기들도 모르게 키스를 했다고 하네요.
보통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덥치면 상대방은 놀라서 뿌리치거나 화내거나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그냥...


A, B 커플은 제가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던 사람들 이야기라서 이런 이야기 있다 정도로만 들었던 거고
두번째 경우 D는 제가 한동안 짝사랑하면서 쫓아다니던 누나라서 그 얘기 듣고 당시 얼마나 멍했었는지... ㅎㅎ

인연이라는 건 기다리고 준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닥쳐오고 엄습하는 것 같습니다.
만들어간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안만들려고 애쓴다고 안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 게 정답이겠죠.

외롭다고 사람 만나보려 애쓰고 노력해봤자 안되는 건 안되고,
인연이 없는 것 같아 세상 달관한 것처럼 더 이상 누구한테 감정 가지지 않고 둔감하게 살아보려고 해도
그럴 때 나타날 수도 있는 게 또 이 고약한 인연이라는 겁니다.

물론 만난다고 다 인연인 것도 아니고, 인생의 끝에서야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이었는지 그 인연이 진짜 인연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되겠지만, 가지려고 애써도 그런 때가 아니면 가질 수가 없는 것이고
너무 싫어서 막으려고 애써도 이미 와버리면 그것 또한 끊어버릴 수 없는 것이 참 잔혹한 인연이라는 겁니다.

by 리언바크 | 2011/12/10 22:30 | 아모르 미솔로지 | 트랙백 | 덧글(16)

마법사가 되는 법

줄카라님의 이글루에서 트랙백 : 마법소녀와 마법소년의 조건

 

* 2ch에서는 30살이 될때까지 동정을 지킨 남자는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음.
  (항간에는 25세라는 말도 있음)

 

* 공격계 마법

○마호칸타 : 자신에게 한 "기분나빠" 등의 폭언을 그대로 상대에게 되돌림

○얼어붙는 파동 : 재미없는 개그로 주위를 썰렁하게 함

○콘퓨:의미불명의 발언으로 주위를 혼란시킴

○메칸데 : 자폭네타로 주변 사람들을 휘말리게 한다

○사이레스:공기를 읽지 못하는 발언으로 주변을 조용하게 만든다

○냄새나는 입김:주위의 인간을 차례차례로 불쾌하게 만든다

○마누사: 스스로에게 환영을 보이게 하여 현실에 대한 명중률을 낮춘다

○그라비테 : 무거운 분위기의 오오라로 주변의 인간을 피곤하게 하여 체력을 깎는다

○라스필:주변의 인간을 정신적으로 피곤하게 하여 정신력을 깎는다

○바이킬트:주위의 인간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파워가 증가한다

 

* 방어계 마법

○트라마나:크리스마스등에 커플뿐인 마을을 혼자서 걸어도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

○토헤로스: 자신 주변에 사람이 가까이 오지 않게 된다

○텔레포 : 회식등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탈출한다

○스카라 : 주변의 시선이나 괴롭힘에 대한 인내력이 올라간다

○후바하 : 연애지상주의의 폭풍에서 몸을 지킨다

 

* 그 외

○레무올 : 주위에서 주목받지 못한다. 마치 공기와 같이 아무도 없는 것 처럼 인식된다.

○루라 : 일하기 싫어지면 집으로 돌아와 쳐박힌다.

○라리호 : 한 낮부터 자빠져 잘 수 있다

○라나루타 : 자기 혼자만 밤과 낮이 역전된다

○메가잘 : 미팅 등에 나가면 주변의 남자의 평가가 올라간다

○바지루라 : 알바하는 곳, 직장등에서 자기 이외의 사람들이 차례로 그만둔다

○드라고람 : 인터넷 상에서 최강의 용이 될 수 있다

(마법사 LV.9)

by 리언바크 | 2011/10/29 00:50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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